플릇연주를 들으며 주선옥
버드나뭇가지 한들한들
바람 그네를 타고
시냇물은 졸졸
시인의 가슴속에 흐른다.
푸른 강 건너고
먼 산을 넘어서
주홍색으로 꽃대 올린
참나리꽃이 활짝 피어나고
사뿐사뿐 고운 맨발로
그대 곁으로 걸어가던
그때 그 소년의
해맑은 미소는 미루나무를 닮았다.
햇살 따사로운 마당 가
오래 묵은 들마루 아래서
긴 수염 고양이 한 마리가
슬금슬금 마루 끝 참새를 쫒으려
늘어지게 기지개하는
아직 걸음마를 배우지 못한 아가의
까만 눈망울은 빨래를 널고
바지랑대를 세우는 엄마를 본다.
하늘과 땅이 고요하고
오직 저 푸른 휘파람 소리만
허공에 강물처럼 흐르니
전신에 돋는 비늘같은 기쁨이 화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