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이치 나영민

텃밭의 이치 나영민
텃밭의 이치 나영민


텃밭의 이치 나영민

무를 뽑는다

손끝이 닿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쑥 뽑힌다

그도 그럴 것이 뿌리박은 흙이

더 이상 안돼 밀어내기 때문이다

배추를 묶는다

겹겹 싸인 배춧잎

오므려져 온기를 더해야 하는데

제 잘 낫 맛에 자꾸만 뻐대기만 하니

엄마 등에 업힌 아이처럼 신났다

동치미를 담근다

뽀득뽀득 뽀얀 속살들

매끈하게 목욕시켜 숨을 죽인다

뭐니 뭐니 해도 그 잘난 맛에는

숙성의 알싸함이 제일인 것이다

뽑혀야 할 시간

뽑아야 할 시간

분간은 텃밭의 공간과

자연의 기온에 따라 선택되는 것

가을걷이에는 인정사정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