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이치 나영민
무를 뽑는다
손끝이 닿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쑥 뽑힌다
그도 그럴 것이 뿌리박은 흙이
더 이상 안돼 밀어내기 때문이다
배추를 묶는다
겹겹 싸인 배춧잎
오므려져 온기를 더해야 하는데
제 잘 낫 맛에 자꾸만 뻐대기만 하니
엄마 등에 업힌 아이처럼 신났다
동치미를 담근다
뽀득뽀득 뽀얀 속살들
매끈하게 목욕시켜 숨을 죽인다
뭐니 뭐니 해도 그 잘난 맛에는
숙성의 알싸함이 제일인 것이다
뽑혀야 할 시간
뽑아야 할 시간
분간은 텃밭의 공간과
자연의 기온에 따라 선택되는 것
가을걷이에는 인정사정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