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다 찬란하다
긴 호흡의 비가 그치자
매미가 운다
아까는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모기장에 가까스로 붙어 있었어
스멀스멀 올라오던
푸른곰팡이도 사라졌다
이불 빨래를 하러 세탁기 뚜껑을 열었다
며칠 전 미처 꺼내지 못한
팬티 하나가 돌돌 말려 있다
아이는 더운데 잘도 잔다
그 틈을 타 계란 세 개를 삶아
찬물에 헹구어 두었다
일어나면 간식거리로 먹여야지
껍질이 한 번에 잘 까지도록
찬물로 유별나게 헹구었다
냉장고로 걸음을 옮겼다
어제 사온 아이스케키 중 하나를
집어들고 한입 베어 먹었다
졸음이 온다
빨래를 걷어야 하고
아이가 갖고 놀던 색종이도 정리해야 하는데
자꾸 눈이 무겁다
한숨 자고 싶다
아침나절 푸른곰팡이를 지우려
락스를 뿌려놓은 화장실의 문이
더운 바람에 열린다
콱 막힌 냄새를 타고 온 공기
바늘로 찌르는 머리통
이불 빨래가 다 되었나 보다
졸리다
바닥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박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