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겨울에 피다 이태기
내 오늘 계절의 변방에
차운 서슬 뚫고 한 송이 핀 것은
투기나 분노가 아닙니다
벌 나비도 없으니
나라의 후사를 위함도 아닙니다
헤픈 그대들의 행위가 기억난 것입니다
회개하고 이 겨울
백설에 마음을 씻어야 합니다
신의 창작으로 완성된 꽃들이여
은총을 망각하지 말고 각자의 향기로
소명에 충실하세요
내 오늘 신께 받은 서옥 단단히 쥐고
여왕의 눈빛으로 추위를 잠시 물리노니
百花諸賢(백화제현)은 알아주기 바랍니다
명년에는 월담의 눈짓을 거두고
그대들의 받은 바 자태로
각 계절을 풍성케 하세요
무릇 권위란 초목이 세우지 못하는 법
오직 합력하여 善(선)을 이루세요
혹 나는 잠들지라도
신께 받은 내 가시는 잠들 수 없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