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산 속 맑음 홍계숙
빗소리가
밤새 잠 위에서 뛰어놀았습니다
아침까지 닿고야 말았습니다
바람의
방향으로 빗줄기가 휘어집니다
우산도 없이 거리로 나온 나무들이
초록을 헹구고 있었습니다
우산을
통과한 비의 빛깔들이
바람 뒤에서 얼굴을 내밉니다
저기,
영등포로 가는 버스가 옵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그대도
너른 우산 하나 받치고 서 있겠습니다
우산 속
그대 오른쪽 어깨에
헤매던 빗줄기 몇 다녀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겠습니다
우산 위로 쏟아진 기다림을 접어서
후드득 떨어내 버리고 이제
버스에 오르렵니다
그대가 수채화 속에
서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