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庭園)의 한편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위에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 떨어질 때,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가을날 비는 처량히 내리고 사랑하는 이의 인적(人跡)은 끊겨 거의 일주일간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옛 궁성(宮城). 그래서 벽에서는 흙뭉치가 떨어지고 창문의 삭은 나무 위에서 \아이세여 나는 너를 사랑하노라.\라는 거의 판독(判讀)하기 어려운 글귀를 볼 때.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문득 발견된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 그 곳에 씌었으되 “나의 사랑하는 아들아, 너의 소행이 내게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가져오게 하였던가…”
대체 나의 소행이란 무엇이었던가.
혹은 하나의 연애 사건, 혹은 하나의 허언(虛言), 혹은 하나의 치희(稚戱), 이제는 벌써 그 숱한 허물들도 기억 속에서 찾을 수가 없는데, 그때 아버지는 그로 인해 가슴을 태우셨던 것이다.
동물원에 잡힌 범의 불안 초조가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언제 보아도 철책가를 왔다 갔다 하는 범의 그 빛나는 눈, 그 무서운 분노, 그 괴로운 부르짖음, 그 앞발의 한없는 절망, 그 미친 듯한 순환, 이 모든 것이 우리를 더없이 슬프게 한다.
-안톤 슈낙(Anton Schin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