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하늘 안귀숙
오늘 하늘을 올려다 본 적 있나
파란 바탕에 솜이불 같은 구름이
길게 누워 있었던 오후의 하늘
나는 습관처럼 사진기를
꺼내 들다 생각했다
또 한 장의 그리움 을 이렇게 굳이
남기는구나
내가 그렇듯이 그대도 지금은
그곳을 가지 못하겠지요
혹시나 마주 칠까 봐
혹시나 생각 날까 봐
늘 어디론가 가고 싶어 했지만
어디선가 쉬고 싶어 했지만
그럴 수 없었던 그대에게
우리의 장소를 양보합니다
혹시나 아직도 다른 갈 곳이 없다면
그곳에 가서 쉬라고
나는 가지 않을 테니까
그건 걱정 말라고
초 여름 하늘에서 아름다운 것을
보았던 어느 날
좀 쓸쓸했지만 그래도
그리워할 것이 있어 완전히
외롭지만은 않았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