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나 좀 데려가지 윤기한

영감 나 좀 데려가지 윤기한
영감 나 좀 데려가지 윤기한


영감 나 좀 데려가지 윤기한

등짝에 붙은 뱃가죽

물 한 바지로 채우고

아들 둘

딸 하나

업고, 안고, 이고

모질게 살아온 세월

서울로

진주로 떠나 사는 아들 대신

같이 늙어 가는 딸과

지지고 볶으며 살고 있다

젊은 날 홀로 두고 콩 팔러 간

영감은

데리러 온 단지가 언젠데

아직 오지도 않고

마루 밑에 하얀 고무신

귀뚜리 한 마리 제집인 양

살고 있다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어느 날 갑자기 하얗던 하늘이

시커멓게 보이더니

온 세상이 다 까맣게

보인다

야옹아!

우리 영감 나 데리러 오거든

못 알아보는 게 아니라

앞이 안 보인다고

나 대신 네가 좀

일러주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