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없는 궁상 나영민
고요가 내리는
계단에서 빼꼼 내다보는
선선한 바람이 가을이란다
다문다문 울다 지친 맥없는 매미 소리
쌩쌩 돌아가던 선풍기도 2단으로
바람 세기를 낮춘다
꽃송이 하나 없는 마주 보는 화분
저들도 계절을 예감했는지
가을을 살짝 색을 입힌다
말일 앞에 줄줄 빠져나가는 생활비
결코 만만치 아니함에 허무의 바람이 들고
쓴다 안 쓴다 쓰자 못쓴다
마음의 갈등을 씌우더니 날아오는
카드값에 잔뜩 숫자를 더해 놓았으니
언제쯤 이 게임에서 벗어날까 넋두리
죽지 아는 한 죽을 수 없는 한
가계부 숫자 게임은 계속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