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가는 길 이형곤
계곡물 따라 나있는
이 길이 좋다
재잘대는 물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는 나팔꽃,
아직도 미련이 남은 몇 송이
능소화가 애처로운 길
“제발 꺾지마세요”
장미 없는 울타리에 하소연만
걸려있는 길
으시시 한 굴다리는 바삐 지나고
입춘대길 커다랗게 붙은 대문 지나서
개조심 대문 앞은 살금살금
숨죽이고 지나고
고추잠자리 앞서가며 맴도는 길
코스모스 수줍은 길
캐리커 끌고 한 눈 팔며
시장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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