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꽃 안광수
시간에 끌려온 시련
묘목을 심고 기르며
비바람 맞으며 성장한 나무
비와 바람이 만나서
햇빛을 보고
뿌리가 뻗어 가며
따가운 햇살에
몸은 꼬여만 가고
볕은 들지 않고
응달에 평생을 웅크리고
옛날 바람보다 닥쳐온 시련은
몸을 묶어놓고
숨만 쉴 정도로 궁핍의
시간에 빛을 쪼개 놓았다
무성했던 나무는
잎이 떨어지고
줄기는 말라비틀어지고
그 속에서 자란 시련의 꽃
활짝 비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