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김순옥
마음 나간 마음 찾으러
마음 나간 마음 버리러
산으로 간다
산은 내 슬픔을 버리는 두엄이고
나는 산이 입도선매한
산의 미래 두엄인지도 모른다
갈 곳 없는 마지막이 와서
다시 새로운 숨으로 태어나는
산에서
지고 온 짐을 내려놓고
숨 막히는 숨을 누이면
누더기 마음을 누이면
유구하게 풍랑져 오는
저 솔바람 소리가 화타일지
저 솔향기가 화타일지
저 새소리가 화타일지
심호흡을 하고 귀를 기울인다
지난 밤 울대까지 타들어갔던
울화의 슬래그들을
소우주 밖으로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산이 품고 정화한
나무들을 바위들을 수풀을 청솔모를
물푸레나무 꽃들을 바라본다
부럽게 말을 건낸다
저 산도
비바람 천둥번개에
억장 무너지고 골골이 패이고
춥고 어두운 동토의 감금지나
곰삭았을 것이고, 그리고
살아 숨쉬는 따뜻한 두엄이 되었겠지
생명을 품을 수 있었겠지
오늘도 울먹이는 나는
조그만 꽃 한 송이 피울
마음 한 조각 찾기 위해
두엄이 되기 위해
나를 입도선매한 산으로 간다
그리고 산에서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