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김정숙
참, 오래 걸어 왔다!
네 발로 기어 다니던 인생이
어쩌다 비뚤배뚤
두 발로 걷기 시작하더니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살았지
씩씩하게 곧은 길 걷다가도
넘어질듯 넘어질듯 헛 발을
때론 빗길을 때론 눈길을
지금껏 잘 왔다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글쎄,
삐뚤빼뚤 나무 한 그루였어
세월이 흐르면
뼈들도 휘어지기 마련
어쩌겠어 사는동안
삶의 무게 한 아름 이고서
계절마다 잎 피우고
꽃 피우며 가는거지
내 그림자 삐뚤빼뚤해도
돌아보니 모든것이
감사이고 축복이었어
이만하면 잘 걷고 있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