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서숙지
언제쯤이면
자신의 존재를
두려움 없이 내세울 수 있을까
한평생
내 가족의 그림자로 살아간다 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
여겼던 적이 있다
세상은 변했고
방치한 채 살아온 어설픈 의식들이
꿈틀꿈틀 싹을 틔운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고
가고 싶은 길이 생겼다
두려움의 그늘을 벗어나고 싶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짙어지는 법
비껴간 세월만큼
촉수를 돋우는 밤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