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입술 김연분
어린 시절 어느 봄날
엄마는 입술을 바르고 지우고
얼굴을 바르고 지우고
여러 번 반복하셨습니다.
창밖 하늘을 보며 설레는 마음
물 한 잔으로 가다듬고
색 바랜 외투 하나 들고
거울 앞에서 온갖 맵시도 부렸습니다.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내가 입술을 바르고 지우고
얼굴을 바르고 지우고
따라 하는 모습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새 봄날
엄마는 수십 년 고된 세월 다 잊고
하얀 왕비가 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