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젖어들다 박동환

봄비에 젖어들다 박동환
봄비에 젖어들다 박동환


봄비에 젖어들다 박동환

들판에 봄꽃이 지천으로

알록달록 수를 놓고

거친 대지에 모유를 먹이듯

메마른 흙먼지를 덮으며

봄비가 자박자박 걸어온다

꽃봉오리 촉촉이 적시며

아직 영글지 않은 꽃잎에

입 맞추듯 인사하고

지그시 감은 눈으로

도톰한 잔디에도 똑똑

하늘의 봄 편지를 전한다

지난 기억을 놓지 못하는

미련 가득한 마음의 뜰에도

서툰 사랑의 봄꽃은 피고

조용히 길게 내리는 실비가

굳은 땅을 깊게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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