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리수가 익어가면 박명숙
보리수 빨갛게 익어가면
사무치게 그리운 얼굴이 있습니다
자욱한 안개가 걷히고
새벽닭 울음소리와 함께
산을 오르시던 아버지
아침상 차리기 전에
빨간 보리수가 주렁주렁 달린
나뭇가지를 손에 들고 내려오셨다
달달하고 새콤한 보리수를
한 움큼씩 따먹던
깨끗한 아침을 기억한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은
어느 날 꽃상여가 산에 오르고는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보리수가 익어가면
아버지의 사랑에 목마른
그리움을 따먹는다
그리운 맛이 아직도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