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익숙해지며
나는 어느새 밤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빗속을 홀로 거닐다 빗속에 되돌아왔다.
거리 끝 불빛 없는 곳까지 거닐다 왔다.
쓸쓸한 느낌이 드는 길거리를 바라보았다.
저녁 순시를 하는 경관이 곁을 스쳐 지나쳐도
얼굴을 숙이고 모르는 채 했다.
잠시 멈추어 서서 발소리를 죽이고
멀리서부터 들려와 다른 길거리를 통해
집들을 건너서 그 어떤 소리가 들렸으나
그것은 나를 부르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이별을 알리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오직 멀리 이 세상 것이 아닌 것처럼 높다란 곳에
빛나는 큰 시계가 하늘에 걸려 있어
지금 시대가 나쁘지도 또 좋지도 않다고 알려 주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밤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