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김지희
날마다 전해 온 당신의 편지
지나간 시절의 하루하루
그 시간이
봄날엔 연둣빛 그리움으로
아지랑이 속으로
여름날엔 파란 옥 빛
비취색으로
가을날엔 붉은 낙엽으로
겨울엔 새하얀 설경으로
그렇게 그렇게 사계절에
당신의 편지는 어김없이
도착하지만
너무도 긴 시간 여기까지
숨차게 오다 보니
더는 당신 편지 읽을 수가
없답니다
기억 저편에 서 있는 당신
지우고 쓰고 비우고 버리고
그러고 살아온 세월이
이제는 내 마음 깃털처럼
가벼워졌답니다
또다시 기다림
그리움 그 편지 읽을 수가 없어서
다시는 그 편지 받지 않겠습니다
반송하겠습니다.
새하얀 백지로 답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