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와 까치집 김순옥
당간 지주 같았지
걸리버 거인 같았지
고개 들어 바라보게 하였지
냇물에 반짝이던 잎들이
송사리 떼 꿈을 길어 올리던
상승기류 베이스캠프 같았지
눈의 활공이 머물던 거기쯤
까지 집 하나
든든한 배후 따뜻한 직인 같았지
아름드리
그 미루나무 아래
그 감미로운 포플러 그늘 아래
먼 젊음도 기대 보았던……
소인국을 돌아
거인국을 돌아
파란만장 우여곡절도 돌아
노을이 스며드는데
멀리서 바라보아도 기다릴 것 같은
거기 돌아가야 할 이정표 같은
미루나무 까치둥지에 걸린 표상
내 가슴 두 쪽 영원한 노스텔지어여!
내 가슴 두 쪽 영원한 귀거래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