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딩 맹태영
자전거를 좋아할 것 같다
속도를 내며 승부를 가리는 사이클보다는
하늘색이나 분홍색 프레임을 가진
시티 자전거가 좋을 것 같다
짐받이에는 접이식 돗자리를 싣고
앞쪽 바구니에는 집에서 만든 김밥
설탕을 듬뿍 넣은 달달한 커피
여유가 된다면 과자 부스러기와 초콜릿도 넣고
제일 아래엔 허접한 사랑 시집 한 권 받쳐서
낙동강을 끼고 갈맷길을 달렸으면 좋을 것 같다
목적지는 정하지 않고 페달을 밟다가
버드나무 그늘이 찰랑거리는 나무 아래
물살이 금방이라도 발목을 껴안아줄 것 같은
듬성듬성 텁수룩한 풀이 솟은 곳에 자리를 깔고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는 햇살과
얼굴을 쓰다듬는 바람에 온몸을 맡기고
버드나무가 읽어주는 간드러진 시 한 편을 들으며
단꿈을 꾸었으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자전거를 옆에다 눕혀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