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한 핑계 나영민

떳떳한 핑계 나영민
떳떳한 핑계 나영민


떳떳한 핑계 나영민

햇살은 쏟아지고

창문으로 차가운 공기가

우러러 밀고 들어오는 아침

작은 도마뱀 한 마리

위급한 상황이 있었는지

꼬리가 잘려 웅크리고 있다

낯선 이방인의

내왕에 흠칫 놀라는 건

그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더 자를 것도 없는

몸뚱어리만 달랑 남았으니

꼼짝달싹도 못하고

죽었다는 시늉에 헛웃음

오직 살 길은 그것뿐이었을 터

생사를 가르는

지금 이 순간 나 편하고자

너를 내 보내려 애간장을 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