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아래에서 임명실

등나무 아래에서 임명실
등나무 아래에서 임명실


등나무 아래에서 임명실

보랏빛 그늘아래

꿈 보따리를 풀었어

옛날 꿈 이야기보다

너무 많이 달라졌지만

코흘리게 맨 앞줄에 앉던

영석이는

은행 지점장이라네

옥수수빵이 좋아라

청소 당번만 하던

은숙이는

학원 원장이래

내가 좋아했던

관현악 악장

대홍이는

수원에서 주식 부자라네

나 일등만 고집했던

남영이는

얌전한 주부로만 있다네

삼십년 총동창회에서

나온 얘기였어

세상에 이박삼일을 했나봐

동창회

은사님들은 이미 어르신

우리들은 중년

그래도 변함없고

만만한게 우리네 이야기

호텔에서

축사로 시작하여

태풍 피해 모금이 주제였고

나이트 클럽 막춤모임

한잔 술에 우리는 초딩,

사학년으로 돌아 가더라

그냥 막 이름 부르기

이틑날은 모교 마당

체육대회

기운이 있나

어제 다 떠들었으니

도시락을 들고

앉은 곳이 등나무 아래더라

아!

그옛날의 멋진 이야기 장소

사학년 짜리들의 꼬방사랑

그늘 아래 모두 다 무럭 무럭

커 갔었지

이마에 땀방울을 닦아 주는

택시운전사 명욱이의

풋 사랑 경험담을 들으며

익어가는 우리네 등나무더라

보랏빛 꽃잎들이

날리우니까

왈칵 눈물이 복받치는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