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이형곤

동백꽃 이형곤
동백꽃 이형곤


동백꽃 이형곤

꽃씨를 줍던 아낙은 춘백이

한창일 때

지병으로 숨졌다

한달음에 내달리던 언덕배기가

저토록 가팔랐던가

상두꾼 만가 소리가 끊어질 듯

힘겹게 이어간다

지천에 동백이오

눈에 띄는 게 봉분이라

꽃도 사람도

죽어서도 정든 섬을 끌어안고

있구나

동백 섬 동백 숲에

꽃이 진다

다비식 불덩이마냥 뚝뚝

떨어진다

나뒹구는 꽃이나

매달린 꽃이나 하나같이 빨갛게

멍들었구나

애먼 소리 들을 세라

동박새만

이 가지 저 가지로

몸 둘 바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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