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이기택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고
바람 불면 바람 불어 좋아라
비 오면 비에 젖어주고
바람 불면 바람에 내어주고
담장 타고 올라
처마 끝 풍경이 되어 너를 부르고
바람 불면 바람에 실려 오는
너의 향기 내 안에 담는다
별 하나 아픈 나를 감싸고
실바람 불어 얼굴을 간지럽히면
너의 손길인가 살며시 눈을 감는다
삼라만상은 고요히 잠들어도
홀로 잠 못 들고 담벽에 기대어
밤이 들려주는 영혼의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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