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카타르시스 2 김순옥
갈 때까지 가버리고
올 때까지 와버려라
무너져 내릴 것은 무너져 내리고
조각날 것은 조각나 버려라
떠나갈 것은 떠나가 버리고
울어버릴 것은 울어 버려라
보았던 것도 잊어버리고
들은 것도 잊어버리고
생각했던 것도 잊어버려라
모두 허상으로 돌려버려라
새가 날던 것도 곡식이 자라된 것도
강물이 흐르던 것도 꽃이 피던 것도
바람이 불던 것도…..
다시 시작하기 위해
백치가 된 저 들녘에
저 눈은
무 진 장 무 진 장 내려
우리가 더럽힌 죄
우리가 넘치도록 머금은
오만 오욕칠정
일시에 사해 버리는데
벅차도록 일시에 지워 버리는데
저 눈에게
한번 쯤은 순수로
한번 쯤은 무아로
답해야 하지 않을까
복실이 같은 몸시 한 편이 되어
환호작약 딩굴어라
지치도록 딩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