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로 물든다는 것 박명숙
울 밑에
여름 볕이 짙어가면
소복이 쌓은 추억의 꽃물
봉숭아 꽃잎을 찧어
무명실로 칭칭 동여맨
가장 예쁜 너로 물들길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설핏, 꿈꾸듯 달콤한 낮잠
한숨 쉬고
노을이 하늘에 물들 때쯤
동여맨 손톱 끝에
꽃잎의 아름다운 영혼이
곱게 스며들어 나를 빛냈다
가을이 깊어 가고
손톱에 초승달이 걸리면
꽃물은 소녀의 심장을
일렁이게 하고 첫눈을 기다리듯
시간을 물들이는 것이다
사랑도 그럴까
고운 빛깔 물들려 놓은 것처럼
서로에게 물들며
너를 새겨 놓는 것일까
설레게 했던 여름은
첫눈이 올 때까지
내내 행복한 시간
뜨겁게 품었던 사랑이
마음에 온통 물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