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아갈 길 정종명

내가 나아갈 길 정종명
내가 나아갈 길 정종명


내가 나아갈 길 정종명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들며

바라보던 욕실 거울에 비친 낯선

중년의 사내가 섬찟 나를 놀라게 한다

평소 아무런 감정 없이 보았던 자신

또 다른 모습을 나我라고 여기며

지내온 중년 세월 헤쳐온 버거운 삶

여위고 쪼글거리는 얼굴

왜소한 몸매 엉거주춤 굽어버린 허리

원기 충만했던 푸른 초상 간데없고

평생 가족 위한 부토된 삶이었는데

마른 삭정이 같은 낯선 모습에 어리둥절

뒤돌아 곰곰이 되뇌어보는 걸어온 길

나는 없고 상처만 쌓였구나

얼마 남지 않은 여생 오직

황금빛 낙엽의 광휘를 찾는 여정

미련도 후회도 없는

불꽃을 잉태한 아름다운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