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편지 박명숙
바람이 보내온 나뭇잎에
곱게 물든 편지 한 장 줍는다
울긋불긋 고운 단풍잎보다도
아름다운 언어로 읽힌
숲 냄새가 가득한
봄에서 가을까지 담은
편지가 배달되었다
붓도 아닌 것이
물감도 아닌 것이
햇살이 노닐고 갔을 뿐인데
흔적을 그대로 받아 적은
나뭇잎에 씌어 놓은
햇살의 연서가 아름답게 읽힌다
노란 융단으로 깔아 놓은
초대받은 은행잎 축제
우리들의 웃음소리는
하모니가 되어 오늘을 노래한다
한철 푸르른 기억을
고운 빛으로 씌어 놓고
비밀스러운 언어로
누군가의 눈빛에 읽히게 하곤
설레는 가슴에 그리워할
빛바랜 사연을 꺼내어
젊은 날의 기억을 걸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