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깃발 윤석진
나무의 손에서 제 몫을 하는 절개는
깃대 높이 수없이 펄럭인다
나눔이라는 잎새를 수놓은 사람도
선구자의 바람이다
오직 산자를 덮은 것은 이슬뿐
고로쇠나무 심장에 외치던 단풍은 가고
하나씩 내려앉은 벌거숭이 길
이제 바람마저 낡아지고
길 잃은 그림자는 누구를 반기며 지는지
깊이 묻은 구도의 길 따라 날린다
묵묵히 버텼다는 건
이룰 수 없는 기운이 숨어 사는지
노거수 걸린 깃발은
바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