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습니다 이용철

꽃이 피었습니다 이용철
꽃이 피었습니다 이용철


꽃이 피었습니다 이용철

낡은 꿈이 구름발 어지럽게 휘도는

검부잿빛 도시에 흩어집니다.

산 아래 옥탑방에서

늦은 밤 찬밥 물에 말아먹습니다.

통장 찍어보고 주먹 말아 쥐지만

거지중천에 비둘기 떼 지나갑니다.

손편지를 썼다가 찢어버리고

바라본 아랫마을 불빛이 어룽집니다.

아침 햇살 빨랫줄에 작업복 널다가

시멘트 귀퉁이에 핀 제비꽃을 보았습니다.

채받이 되어 얻어맞은 몸 바스러지지 않고

돌절구 세상에 두세 두세 씨앗으로 모여

바닷속 살미역 같이 살아남아

여린 자갈들 부둥켜안고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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