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지고 낙엽은 피고 김해정
길모퉁이
담장 너머
바람이 허탈한 웃음을 짓고
살아가는 일상 속
짓누른 어깨에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겨우 살아가는 시간의 무게에
역경의 꽃이 피어난다
어느 날
내가 숨 쉬어 온 허공 사이로
뱉어 낸 삶의 지침서는 속삭임이 되어
뿌옇게 안개처럼 목덜미를 타고
한 올 한 올 머리카락 사이로
숨 가쁘게 지나가
그런 서러운 날에 마른 꽃이 피어났다
또 하루가
막 스쳐갈 즈음
숨 가쁜 노을, 쓸쓸함을 태우는
그런 겨울날의 나목(裸木)
꽃은 지고 말았다
그렇게 꽃은 지고
겨울이 활짝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