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이종희

길 위에서 이종희
길 위에서 이종희


길 위에서 이종희

가고 싶은 길 위에서는

마른 바람을 만났고

가고 싶지 않은 길 위에서는

풀꽃 같은 사랑을 했고

가야 하는 길 위에서는

뜻밖의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갈 수밖에 없는 길 위에서는

그 너른 바다를 만났다.

한 치 앞을

안개가 가린다 해도

벼랑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 길은

길 위에서 길을 이루어

푸른 길에 가 닿게도 했고

길을 잃고 길을 헤매도

나는 내 길 위에 있었다.

가고 싶은 길

가고 싶지 않은 길

가야 하는 길

갈 수밖에 없는 길

우리는 늘 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만

어느 길을 걸었어도

지금 내가 그리운 것에

그늘을 드리우거나

무디게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