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수국을 닮았다 주선옥
눈부시게 햇살이 내리는 암자
뜰 한편에서 바람이 일 적마다
보랏빛 치맛자락 슬쩍 걷어 올린다.
다시 잠잠해지는 바람결에
얼굴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그녀
긴 머리카락은 가녀린 어깨 위로 흐르고
소리 없이 손 모아 바라보는 눈빛
금방이라도 굴러내릴 듯
촉촉하게 맺힌 눈가의 이슬방울
웃음 지으면 꽃처럼 활짝 피었다가
가슴에 손을 얹으면 금방 시들어
떨어져 눕지도 못하고 가지 끝에서
감은 듯이 뜬 눈으로 부처님 전에
무슨 기도가 그리도 간절한지
그녀의 뒷모습에서 향기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