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처럼 박명숙

겨울나무처럼 박명숙
겨울나무처럼 박명숙


겨울나무처럼 박명숙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

헐벗은 나무의 침묵에

귀 기울여 보아요

속삭이듯 이는 바람 소리도

따뜻하게 품었던 햇살도

지나온 고통과 아픔도

모두 벗어 버렸습니다

두려워 마세요

휑한 하늘빛이 싸늘하지만

뿌리로 얽힌 따뜻함을 잃지 않은

나무 본연의 모습을

그릴 테니까요

얼마나 아름다운 시절이었던가

사계절을 말없이

투쟁하며 당당히

매섭고 에이는 칼바람을

고독하게 견뎌내는 것을

허허롭고 외로울수록 그 안에

신비로운 산 증거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온전히 벗는다는 건

성숙하기 위해 도발의 시작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증거

때문이란 걸요

자연이 허물을 벗어

새로운 비밀을 선사하듯이

우리의 허물도 벗어 보아요

헐벗은 겨울나무처럼

헛헛한 계절의 이별에도

삶의 일부인 것처럼

겨울나무는

아름다운 봄을 맞이할 자격을

갖추고 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