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버섯 꽃이 피었다 정종명
팔월의 불볕 햇살이 발을 뻗친
산입엔 청머루가 무르익고
어떤 사람 팔자 좋아 돈 내고
한증막에 앉아 구린내 나는
기름땀을 빼는 각설 같은 모난 세상
울 엄마 떨어지고 낡아 걸레조차 못할
모시 등지게에 만발한 하얀 소금꽃
한증막보다 더한 콩밭 매며
땀과 눈물로 버무린 농요가 시큼하다
근근이 하루를 버텨낸 시간
궁한 살림살이 층층 시아 가족들
입 채울 근심에 시름 깊고
간간이 흰 구름 그늘이 여윈 등의
열기를 쓰다듬고 가고
애절한 풀벌레들의 합창에
진한 열기가 잦아들고
새벽이슬이 잎새를 빗질로 치장하면
구슬 같은 땀방울 보석처럼 영근다
불볕에 덴 자국 농으로 부풀어
검게 그을린 얼굴 가득 참혹하게
만개한 검버섯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