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김성수
아무런 말도 하지 말아 줘
말을 하면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으니까
봄 햇살 가득한 어미의
사랑도 받지 못했는데
어찌 쓸쓸한 아비의
사랑을 받으려 하나
초라해진다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 마음 한 가닥
이빨 빠진 나뭇잎 사이로
내려오는 햇볕
왠지 서글픔이 정수리에
흐르고 있다
굽이굽이 능선 넘어
계곡 건너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를 빗고
양지에 앉아
버려진 마음을 말리며
아무도 찾지 않는
낯선 카페에서 널 기다려본다
사랑도 모르는 너를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이 마음 억새밭에 숨어있는
너만은 알고 있겠지
널 이해하려 긴한 숨
지나는 바람의 등에
업혀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