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 김해정

가을의 전설 김해정 가을의 전설 김해정 바람이 몰고 간 자리마다 꽃이 진 쓸쓸함이 있다 물 빠진 감잎에 야윈 황혼의 그림자가 남고 마른 가지 틈으로 고즈넉한 달무리가 들어온다 촉촉한 비에 이별을 고하고 떠나는 자리에 고독을 채우며 짤막한 미소에 얇아진 햇살 가을의 겸허함 마음의 시로 남는다.

가을비 당신 정종명

가을비 당신 정종명 가을비 당신 정종명 으스름 새벽꿈에서 깨어보니 온몸 땀에 젖어 흐느적 거린다 창밖 아직도 고요한데 오늘은 가을비가 오려나 설레는 마음 그리움에 메마른 심신 흠뻑 젖어 그대 곁에 머물고 싶은 작은 소망 돌아오지 못할 먼 길 가신 님처럼 목놓아 불러봐도 기척 없는 그대 새색시처럼 더디고 느린 걸음 걸어 날 찾아오시는, 지친 당신 기다림 꼭 … Read more

겨울나무처럼 박명숙

겨울나무처럼 박명숙 겨울나무처럼 박명숙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 헐벗은 나무의 침묵에 귀 기울여 보아요 속삭이듯 이는 바람 소리도 따뜻하게 품었던 햇살도 지나온 고통과 아픔도 모두 벗어 버렸습니다 두려워 마세요 휑한 하늘빛이 싸늘하지만 뿌리로 얽힌 따뜻함을 잃지 않은 나무 본연의 모습을 그릴 테니까요 얼마나 아름다운 시절이었던가 사계절을 말없이 투쟁하며 당당히 매섭고 에이는 칼바람을 고독하게 견뎌내는 것을 허허롭고 … Read more

겨울꽃 동백 김해정

겨울꽃 동백 김해정 겨울꽃 동백 김해정 첫눈이 오는 날 겹겹이 맺힌 꽃잎의 사연 동백의 미소를 볼 수 있겠지 오열하듯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는 젊은 날 설레며 마주하던 첫사랑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혹한의 하늘위 눈썹달 누운 자리 떠나간 이별에 동백꽃 등불 밝힌다 붉게 붉게 내 마음도 데려가렴 그대 가슴에 활짝 핀 꽃으로 갇혀 새벽빛 낙화에 그리움만 핀다.

세월 김지희

세월 김지희 세월 김지희 강물은 윤슬이 되어 흐르고 그 끝자락엔 노을이 내 마음속 무인도를 만들어 누구를 기다리며 그곳에서 머무르고 있었을까 어둠은 짙어 오고 바람은 가슴으로 파고드는데 구슬피 울어대는 가을밤 풀벌레는 무얼 위해 울어 우는 걸까 사랑의 징검다리는 검은 물빛 위로 펼쳐져 있건만 그저 지저귀는 산새 소리만 애 닿게 와 닿는다 슬픔의 무게는 살아온 흔적을 남겨둔 … Read more

깊어가는 그리움 정종명

깊어가는 그리움 정종명 깊어가는 그리움 정종명 기나긴 기다림이 가슴 울리는 찬서리 내리는 무르익은 가을밤 평생 간절했던 소망이 헛된 이 가을도 그대 오실까 하는 기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겠지만 애절한 마음에 응답 없는 무정 세월 셀 수 없이 계절은 돌아오는데 한번 가신 님은 무소식이 희소식 천고마비 호시절 달빛 밝은 밤 수많은 별 중에 그대의 별 … Read more

풍경 소리 주선옥

풍경 소리 주선옥 풍경 소리 주선옥 나직하게 부르는 바람의 노래 어느 수행자 바랑에 담겨 사람의 마을마다 한 줌씩 내어져 때로는 보리심의 뜨거운 눈물되고 더러는 깨우침의 사자후 되어 부처님 전에 이르는 청기와 끝 어제는 맑은 솔향에 실려 오더니 오늘은 붉어진 단풍에 파르르 모질게도 몰아쳐 오는 흑풍일세 바람도 나무도 여여하게 천년만년 단정하건만 소리 없이 하늘을 나는 물고기 … Read more

삼동 박문희

삼동 박문희 삼동 박문희 키가 담장을 넘을 때쯤 당신의 회초리는 자식의 손에 막혔다 담장 너머 부르는 자식을 기다렸다 올 삼동은 못 넘길 거라던 추위 사십도 못 넘길 거라던 두통 손에서 미끄러져 나간 상실을 찾다 뭣 한다고 찾는가 나도 몰래 푸대접하는 오래된 그리움 당신이 계셔야 돼지비계 한 조각이라도 먹을 수 있을 텐데 대문 앞에 모로 눕는 … Read more

비우는 마음 김지희

비우는 마음 김지희 비우는 마음 김지희 무엇을 얻기 위해 채우려는 걸까 넉넉한 삶의 풍족 인가 담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욱더 힘들다 비우고 싶다는 난 지금 무얼 채우기 위해 가을 길을 수도 없이 걸어가는 걸까 그저 이쁘게 물든 단풍으로 아름다움을 느끼면 될 것을 그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것은 그 무엇을 잡고서 놓지 않기 때문인 것을 … Read more

사랑한다는 것 김수용

사랑한다는 것 김수용 사랑한다는 것 김수용 지금 이 순간 한 공간에서 당신과 함께 숨 쉬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아쉬움 속에 가을이 떠나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지만 활짝 웃는 당신의 얼굴을 보며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하며 한 잔의 커피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낍니다 겨울비 내리는 종착역이 가까워질수록 인연의 사슬도 녹이 슬고 언젠가는 끊어지고 말겠지만 결코 후회는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