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서 다행이다 전연복

있어서 다행이다 전연복 있어서 다행이다 전연복 다행이다 귀가 있어서 네 목소리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입이 있어서 네 이름 부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눈이 있어서 네 사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발이 있어서 네 곁에 갈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네가 있어서 내가 사랑할 수 있어서

그리움 김정섭

그리움 김정섭 그리움 김정섭 눈이 펑펑 내립니다 그리움 세 글자 하얀 도화지에 그려 봅니다 눈송이 하얀 추억을 가져오듯 가슴 여백에 그리움을 충전합니다 설원의 동백 꽃 저미는 동박새 사무치는 그리움에 겨울밤 깊어간다 붉은 심장 보고 싶다는 무게만큼 놓고 싶지 않은 손 바로 당신입니다.

거꾸로 나동수

거꾸로 나동수 거꾸로 나동수 거꾸로 걸으면 안 쓰는 근육이 신체를 보강하고 거꾸로 걷다보면 사물은 멀어지나 시야는 넓어지고 거꾸로 바라보면 하나의 세상에서 딴 세상이 열리고 거꾸로 생각하면 나만의 생각에서 균형이 잡힌다.

이빠진 그릇 최수경

이빠진 그릇 최수경 이빠진 그릇 최수경 오랜만에 어머니와 마주한 밥상 밥그릇 국그릇이 이가 빠졌다 매일 홀로 드시는 밥그릇 마저 초라해 밥그릇 국그릇에 접시 몇개 더해서 예쁜 그릇을 사다드리며 이제는 이 그릇에 넉넉히 담아 맛있게 드세요 또 오랜 시간이 지나고 돌아오지 못 할 먼 길 가신 어머니 보내고 집을 찾아 뒷 정리를 하다가 찬장 구석에서 오래전 … Read more

묵언수행 주선옥

묵언수행 주선옥 묵언수행 주선옥 안개처럼 자욱한 말·말·말 단맛이 나는 말 이거나 쓴맛을 내는 말 이거나 어떤 말은 사람을 살려내고 또 어떤 말은 사람을 쓰러뜨리고 참으로 그 힘이 마력과 같아 세상의 중심이 되어 탑이 되거나 세상을 무너뜨리는 독이 되거나 사람의 숲속에서 살아간다 공기처럼 흔하거나 귀하기도 하나 우리는 그냥 무심히 느낌도 없이 손가락 사이를 스쳐 지나는 바람처럼 … Read more

노을 속으로 양영순

노을 속으로 양영순 노을 속으로 양영순 나그네가 걸어가면 나도 따라 나선다 저녁놀 따라 밤 길을 걸어간다 길 잃은 나그네처럼 정처없이 흘러간다 술익는 그리움에 저녁 노을이 짙어진다 함께라는 굴레속에서 소리없이 바라본다

어머님 전 상서 정선호

어머님 전 상서 정선호 어머님 전 상서 정선호 어머님 전 상서에는 공모전 같은 향토 장학금이 걸려있었다 제갈량 마냥 온갖 지략을 동원해서 어머님의 심정을 울려야 했고 상술 좋은 장사치같이 흥정을 할 줄 알아야 했다 늙은 호박처럼 풍족하진 않지만 쪽박은 깨지 않도록 정성 들인 필체로 곱게 적고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임을 누누이 알려야 했다 까막눈인 어머니는 필시 … Read more

네 켤레 마음 나동수

네 켤레 마음 나동수 네 켤레 마음 나동수 거실 소파 보조의자에 올망졸망 매달려 젖은 몸을 말리는 네 쌍의 토끼발. 올겨울 동파로 세탁기 사용금지 벌써 열흘 째, 도깨비 창고처럼 무한정 나오던 양말 통이 바닥나자 찬바람 쌩쌩 부는 빨래터에서 그녀가 손빨래를 한 것이다. 현대기술의 집약체 견고한 아파트를 얼린 한파마저 녹여버리는 따스한 그대 마음 네 켤레.

나무 김지희

나무 김지희 나무 김지희 우뚝 선 나무는 봄날에 싹틔우니 꽃잎이 피네 꽃피고 새싹 틔우니 온통 싱그럽게 뽐을 내며 새들과 곤충들에게 제 몸 맡겨 먹히고 둥지도 내어주니 제가 아주 큰 역할인가 싶어 우뚝 서 있지만 때가 되니 꽃잎 지고 낙엽 지니 제 할 일이 끝난 건가 봄날에 활짝 핀 그 모습은 어느새 빈 몸이 되어 그저 … Read more

설날의 마음 주선옥

설날의 마음 주선옥 설날의 마음 주선옥 물보다 낮고 은근하게 바다보다도 깊게 더 넓게 흘려 보내야 합니다 채송화보다 가련하게 백합보다 순결하나 수선화처럼 고결하게 사람보다 위에 사람보다 아래 저 비둘기의 생명도 무겁습니다 누가 누구를 가벼이 보고 누군 누구를 우러러보고 귀한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요 삼백예순날의 첫날 그 하룻날의 첫 마음이 정화수 처럼 맑게 고였다가 마음 고단한이 만나거든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