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죄수의 노래

어떤 죄수의 노래 어떤 죄수의 노래 검은 개미들의 긴 호송 행렬 길을 감아 돌아 황야를 가로질러 전리품을 짊어진 채, 집으로 돌아간다. 축제를 위해… 흙무더기의 황후는 혼자서 운다…! 검은 옷의 젊은 미망인이여 눈물방울이 볼 위에서 아롱거리는 그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슬픔을 담고 있는 육체의 자태는 또 얼마나 고귀한가! 자매여, 나를 탓하지 마라 나에게 노여워하지 말고, 나를 증오하지 … Read more

별 헤는 밤

별 헤는 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 Read more

오 내가 죽어야만 한다면

오 내가 죽어야만 한다면 오 내가 죽어야만 한다면 오, 내가 죽어야만 한다면, 죽음이 다가와서 속삭이고, 속삭일 거예요 멋진 무언가를, 나는 내 창백한 두 눈을 부릅뜰 거예요. 그리고 놀라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나는 놀라지 않을 거예요; 사랑 속에서 죽을 거예요 오로지 잠들고, 잠들어 조용히 당신을 기다리는, 그 기다림일 거예요. -얀 헨드릭 레오폴드-

목마와 숙녀

목마와 숙녀 목마와 숙녀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져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 Read more

사랑하기로 마음 먹는 일

사랑하기로 마음 먹는 일 사랑하기로 마음 먹는 일 어떤 사람을 사랑하기로 마음 먹는 일은 그의 온 세계를, 과거와 불안과 미래까지도 껴안는 것이다. 껴안는다는 것은 그의 편에 서는 것이다. 사랑은 편애다. 그의 아픔, 고민, 힘겨움까지 편들어주는 것이다. 조금 어렵다고, 싫어졌다고,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면 도대체 당신은 사랑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당신이 사는 달 중- … Read more

꿈 꿈 우리가 나르는 것은 꿈이라오 놀라운 일이 일어나리라는 꿈 일어나야 한다는 꿈 시간이 열리고 문들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는 꿈 땅이 열려 물이 솟고 꿈도 열리는 꿈 그런 꿈들을 싣고 어느 아침처럼 미지의 항구로 들어서는 꿈 -올라브 하우게-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김상용-

희망 은 깃털을 가진 거예요

희망 은 깃털을 가진 거예요 희망 은 깃털을 가진 거예요 ‘희망’은 깃털을 가진 거예요― 마음속 그 횃대들― 그리고 말 없는 곡조의 노래들― 그리고 결코 멈추지 않는―조금도― 그리고 가장 달콤한―모진 바람 속에서―들려오고 있는― 그리고 견디기 힘든 폭풍 속에 분명히 존재하는― 작은 새를 무안하게 할 수 있는 그것 그토록 많은 온기를 지닌 그것― 나는 가장 추운 땅에서 … Read more

그들이 나를 잡아갈 때

그들이 나를 잡아갈 때 그들이 나를 잡아갈 때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잡아갈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에. 그들이 사민당원들을 감금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민당원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잡아갈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유태인들을 잡아갈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나를 잡아갈 때, 나를 위해 항의해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 Read more

나그네

나그네 나그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