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애

비애 비애 호젓한 세기의 달을 따라 알 듯 모를 듯 한데로 거닐과저! 아닌 밤중에 튀기듯이 잠자리를 뛰쳐 끝없는 광야를 홀로 거니는 사람의 심사는 외로우려니 아- 이 젊은이는 피라미드처럼 슬프구나 -윤동주-

개여울

개여울 개여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이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 Read more

꽃밭의

꽃밭의 꽃밭의 노래가 낫기는 그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鷹)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추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 Read more

이불

이불 이불 지난밤에 눈이 소-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윤동주-

산유화

산유화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우는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김소월-

푸르른 날

푸르른 날 푸르른 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서정주-

기왓장 내외

기왓장 내외 기왓장 내외 비오는 날 저녁에 기왓장 내외 잃어버린 외아들 생각나선지 꼬부라진 잔등을 어루만지며 쭈룩쭈룩 구슬피 울음 웁니다 대궐 지붕 위에서 기왓장 내외 아름답던 옛날이 그리워선지 주름 잡힌 얼굴을 어루만지며 물끄러미 하늘만 쳐다봅니다. -윤동주-

못잊어

못잊어 못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오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어요. 그런 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뜨리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나겠지요? -김소월-

신록

신록 신록 어이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 Read more

조개껍질 바닷물 소리 듣고 싶어

조개껍질 바닷물 소리 듣고 싶어 조개껍질 바닷물 소리 듣고 싶어 아롱아롱 조개껍데기 울 언니 바닷가에서 주워 온 조개껍데기 여긴 여긴 북쪽 나라요 조개는 귀여운 선물 장난감 조개껍데기 데굴데굴 굴리며 놀다, 짝 잃은 조개껍데기 한 짝을 그리워하네 아롱아롱 조개껍데기 나처럼 그리워하네 물소리 바닷물 소리. -윤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