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찻잔에 핀 향기 박명숙

가을 찻잔에 핀 향기 박명숙 가을 찻잔에 핀 향기 박명숙 지천에 형형색색의 가을 국화꽃이 바람결 따라 향기를 날리고 메말라간 꽃잎의 해후는 가을 찻잔에 어리어 슬며시 젖어오는 추억의 입김 내 좋은 사람과 다정한 시간 오래도록 아름다운 인연으로 찻잔에 국화꽃을 피우면 예의 바른 사랑과 향기를 전하고픈 계절이다 언젠가 나를 돌아보게 했던 그 향기로운 언어 그 향긋함이 입술에 … Read more

그대에게 가는 길 이형곤

그대에게 가는 길 이형곤 그대에게 가는 길 이형곤 꽃바람 간지럽던 길 억수 비 앞을 가리던 길 낙엽 서럽던 길 하얀 눈 위에 내 발자국 돌아보던 길 계절마다 이별을 해도 되돌아갈 수는 없는 길 스치는 세월은 들 고양이처럼 재빠르고 접질린 발걸음에 언제나 마음만 앞서가도 아직도 까마득한 길 그대에게 가는 길. ♨ 소식받기 ▷ ArtistBusan.com

그림자 볼 수 없네 이용철

그림자 볼 수 없네 이용철 그림자 볼 수 없네 이용철 아침에 뒷산 오르다가 나뭇잎 한 장 끌고 가는 개미 형제를 보았네. 이슬에 젖은 잎을 옮기는 형제는 온몸이 땀으로 젖었네. 어디로 가는 걸까 지붕을 고치는 걸까 길을 멈추고 길을 보았네. 문득 개미보다 더 부지런히 신의 선물을 배달하는 택배기사가 떠올랐네. 가로등 밑 젖은 몸 말리며 달빛 안고 … Read more

바람 잘 날 없었다 나영민

바람 잘 날 없었다 나영민 바람 잘 날 없었다 나영민 옛 자리에 가을볕이 내리고 논두렁 구불길 따라 양은 주전자에 찰랑대는 곡주 허리 굽혀 낫질하던 아버지의 허름한 옷매무새에 배인 땀 내음이 오랫동안 기억되는데 한 사발 시원스레 들이킨 막걸리 한 잔에 녹이는 고된 농사일 출렁이는 황금 물결 타지에 나간 자식들 뒷바라지 값은 매상으로 홀라당 갚고 나면 주머니에 … Read more

너를 위하여 김남조

너를 위하여 김남조 너를 위하여 김남조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 Read more

내 삶의 그림 정외숙

내 삶의 그림 정외숙 내 삶의 그림 정외숙 손 잡고 수없이 걸었던 그 길 마음속 깊이 그려져 있는 그 길 어떤 날은 그리움의 길이었고 어떤 날은 기쁨의 길이었지 어떤 날은 이별의 길이었고 어떤 날은 만남의 길이었지 조금씩 달라지는 내 마음에 두려움이 밀려와도 토닥토닥 사랑으로 보담 기도 하였고 삶에서 가장 응원해주는 당신이 살짝 미소 지으며 달려오는 … Read more

가을걷이 문영길

가을걷이 문영길 가을걷이 문영길 부지런함 하나만 앞세운 일상에서 희망의 낟알 주워도 우듬지에 까치밥 남겨두는 여유는 가난한 사랑의 동병상련이다 인생살이 매운맛 대신하여 삭이며 가을볕 품는 고추 붉고 종아리 걷은 참깻단 나란히 서서 차례를 미루는 매질이다 헤프지 말고 야무져지라며 꽁꽁 동여맨 김장배추 고갱이 튼실하게 여물었으니 겨울 너끈히 넘기겠다 제 무게가 겨운 누런 호박 늙은 촌부의 마음인 양 … Read more

좋은 아침입니다 맹태영

좋은 아침입니다 맹태영 좋은 아침입니다 맹태영 밤새 근심 걱정 없어 악몽도 꾸지 않았고 푹 잘 잤다는 고백입니다 아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햇살을 포근하게 감싸 오늘이 최상의 날씨라는 예보입니다 묵은 김치가 식탁의 중앙을 차지한 가운데 나물 반찬과 마른 반찬이 어깨동무를 하고 된장국이나 콩나물국을 곁들인 한 끼가 스페셜 요리였다는 푸념입니다 금방 끓인 … Read more

낯선 순례자 석운영

낯선 순례자 석운영 낯선 순례자 석운영 보금자리 떠나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낯선 나는 또 다른 낯선 사람이 되어 낯선 앞면을 틔우고 있더라 삶의 결국도 낯선 곳을 여행하는 낯선 순례자 아니던가요 ♨ 소식받기 ▷ ArtistBusan.com

사랑은 지고 이정민

사랑은 지고 이정민 사랑은 지고 이정민 사랑을 그리면 마음은 선홍빛 꽃이어라 그 속에 피었다가 남모르게 지고 또 피고 활짝 핀 봄꽃은 한낮의 태양처럼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붉게 타올랐던 마음 짙은 향기로 내뿜지만 우리는 무엇으로 오필리아의 슬픔이 되었나 서걱이는 갈대의 울음 들리는 밤 가을이 죽어버린 자리 낙엽을 쌓아놓고 옛 추억의 불을 지핀다 ♨ 소식받기 ▷ Artis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