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庭園)의 한편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위에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 떨어질 때,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가을날 비는 처량히 내리고 사랑하는 이의 인적(人跡)은 끊겨 거의 일주일간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옛 궁성(宮城). 그래서 벽에서는 흙뭉치가 떨어지고 창문의 삭은 … Read more

인연 안광수

인연 안광수 인연 안광수 맑은 공기처럼 스쳐 지나가는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비바람에 흔들리는 흔적은 뇌리에 남겨놓고 석양에 색칠하는 어여쁜 모습이 두고두고 생각나는 그리워 불타오르게 만들고 바라보게 합니다 우연히 마음에 숨겨진 새싹이 돋아나듯 가슴 언저리에 피는 꽃이 자라나는 아름다움 속에 넋을 놓고 펼쳐보며 해맑은 미소로 맞이합니다 공기처럼 소중하고 산소처럼 귀중하고 태양처럼 희망을 주는 너의 미소는 사랑을 … Read more

황무지

황무지 황무지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에 우리는 따뜻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만 유지했으니. -T.S. 엘리엇-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그러나 괴로움에 이어서 오는 기쁨을 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손에 손을 잡고서 얼굴을 마주 보자. 우리들의 팔 밑으로 미끄러운 물결의 영원한 눈길이 지나갈 때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흐르는 … Read more

목련 안귀숙

목련 안귀숙 목련 안귀숙 마른 나뭇가지 싹 틔우며 목련 꽃 활짝 피어나는 계절 봄은 벌써 그렇게 우리 곁으로 예쁜 꽃 망울 품에 안고 미소로 방긋 웃으며 저 멀리 잠자던 아지랑이 앞세우고 수줍어 너울 쓰고 다가옵니다 사연이 마음에서 흘러 무엇이 그리도 서러웠는지 아무 말이 없다 그래 울어라 너의 눈물 비가 되어 온 세상의 단 비가 될터이니 … Read more

봄비단상 최수경

봄비단상 최수경 봄비단상 최수경 게을러진 때문인가 봄비 새벽으로 오시는 소리 잠결로도 듣지 못하고 소쿠리 머리이고 호미 손에 들고 봄나물 캐러가는 언제적 누이 꿈을 꾸었네 비에 흠씬 젖은 나무는 가지마다 꼬물대는 몽우리에 아기 젖물린 가슴마냥 물방울이 맺고 안개에 싸인 산은 봄맞이 한창이라 산기슭 밭둑길 돋아난 쑥향기에 온갖 풀들이 앞다퉈 봄을 서두르고 살이오른 백목련 몽우리 하얀 살갗이 … Read more

상처 없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김경림

상처 없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김경림 상처 없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김경림 주룩주룩 삼월 중순에 비가 내리고 있어요 밭고랑같이 주름진 내 손에도 비가 가득하네요 시집살이 고되지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두렵지 않았어요 시집은 왜 예나 지금이나 식구가 많을까 어린 새색시는 생각할 틈도 없이 생활에 뛰어들었네요 봉숭아 꽃잎 피어도 손톱에 물들일 줄 모르고 담 너머로 들리지 않게 … Read more

마중물 김경림

마중물 김경림 마중물 김경림 오늘도 하루를 마무리하며 갈무리하듯 뻠뿌질을 한다 마중물을 받아 새하얀 물을 받아 낸다 그대가 목마름에 부엌으로 들어가는 길이 멀다 젊은이들은 음식도 잘하고 아이들도 잘 보지만 산업 시대에 태어난 사람은 모든 것이 어설프다 해주고 싶어도 살림이 어렵고 빨래도 쉽지 않다 아 오늘은 무엇을 하며 살까 절름발이 인생을 살면서 티 나지 티가 나지 않게 … Read more

먹물로 튕긴 인생 안광수

먹물로 튕긴 인생 안광수 먹물로 튕긴 인생 안광수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문지르고 손과 발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며 하얀 도화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누렇게 변해가고 그리지 못하고 먹물만 튕기며 온몸에 묻어있다 소질도 없고 흔들리는 바람같이 손끝에 전해주는 감각이 마비되고 어둠에 몸부림치는 어리석은 생각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 먹물만 튕기지 말고 정성으로 마음을 그리고 작품을 만들어 나를 … Read more

눈물과 미소 박명숙

눈물과 미소 박명숙 눈물과 미소 박명숙 우리는 알죠 한바탕 쏟아내고 난 후에 맑아짐을, 환해짐을 그로 인해 다시금 웃을 수 있다는 것을 가슴에서 밀어 올린 눈물샘의 비밀은 아름다운 내면을 이해한 미소 다시 웃기 위해 흐른다 슬픈 일이나 가슴 아픈 일에 맘껏 울어본 적 있나요 꾹꾹 참고 가슴 짓눌린 속울음으로 개운치 않았던 경험 이렇듯 눈물은 그 무엇에서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