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수국을 닮았다 주선옥

그녀는 수국을 닮았다 주선옥 그녀는 수국을 닮았다 주선옥 눈부시게 햇살이 내리는 암자 뜰 한편에서 바람이 일 적마다 보랏빛 치맛자락 슬쩍 걷어 올린다. 다시 잠잠해지는 바람결에 얼굴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그녀 긴 머리카락은 가녀린 어깨 위로 흐르고 소리 없이 손 모아 바라보는 눈빛 금방이라도 굴러내릴 듯 촉촉하게 맺힌 눈가의 이슬방울 웃음 지으면 꽃처럼 활짝 피었다가 가슴에 … Read more

떠다니지 말라 김경림

떠다니지 말라 김경림 떠다니지 말라 김경림 방향을 잃고 떠돌지 마라 오늘이 끝나기 전 내일이 오니 지친 영혼을 일으키라 살아야 한다 살아야 한다 순간에 어리석은 선택이 세상을 바꿀 수 없으니 인내하고 살아서 꽃이 피고 낙엽 지는 것을 보아라 손목에 힘이 들어갈 것이다

둥근 잎 유홍초 김경희

둥근 잎 유홍초 김경희 둥근 잎 유홍초 김경희 사랑인 줄 알았네 초대되지 않아도 괜찮아 특별한 네가 있단다 꽃말처럼 영원한 사랑이란 말 믿지 마 조건 없는 희생은 본질과 같은 내면의 일이지 사랑 따윈 안 할 거라 맹세를 했지만 슬프거나 그리워하는 모음집을 들추지 군더더기 없는 감정들 빛의 그늘에 따라 갈대가 되기도 했지만 햇살은 숱하게 내 편 인거야 … Read more

애달픈 버어먼초 이진섭

애달픈 버어먼초 이진섭 애달픈 버어먼초 이진섭 달그림자 옷깃에 여민지 오래 느지막이 달려오는 하얀 송이 먼동이 타들어가는 내 곁에 가을을 남기고 떠나버린 그대가 밉다. 떼구루루 나뒹구는 별 조각엔 반짝이는 아리아의 손끝에서 물든 따사로운 계절의 바람이 불어오고, 혹여, 찰나의 마술이었나! 아기 석장으로 갓 태어나 한 해를 바라보며 살아가기에 쓰라린 가슴 내던지고 돌아와 온종일 앙탈 부리며 보채기만 했었지, … Read more

오늘의 시 김정숙

오늘의 시 김정숙 오늘의 시 김정숙 밤새 뒤척이다 새벽녘 또 하루가 시작되고 육신의 시간을 일으켜 세운다 어디만큼 왔을까 내가 멈추어야 하는 순간은 창 너머 아직은 어둠이 가시지 않은 아련한 안개와도 같은 가야만 하는 길 그 길 앞에 서서 열어보는 오늘 함께 할 모든 이와 에워싸며 다가오는 것들 나를 지탱하게 하는 순간이 어제와 다른 오늘이기를 가고 … Read more

유치원에서 요양원까지 전연복

유치원에서 요양원까지 전연복 유치원에서 요양원까지 전연복 우리 집 앞에는 유치원이 있고 초등학교가 있다 초등학교에서 조금 올라가면 요양원이 나온다 아침이면 길은 늘 분주하다 유치원 가는 아이, 학교 가는 아이 출근하는 사람들 그 틈을 나도 걷고 있다 수많은 인연 요양원 가는 길을 걷고 있다 시절이 바뀌면 세월 따라가는 게 인생 알게 모르게 스치지 않은 인연 어디 있으랴 … Read more

잃어버린 날의 기억 이진섭

잃어버린 날의 기억 이진섭 잃어버린 날의 기억 이진섭 잊지 못하네 나지막한 그 목소리 사랑도 미움도 어우러지며 헐벗은 세상 함께 살아가리라! 잠시 기억을 떠올려보아도 네온의 깜빡임만이 날 대신해 흐르는 유리창 기대어 사라지는 밤. 네 곁에 머물며 떠오른 빛줄기에 어두운 영혼의 그림자 태우며 한 겹씩 허물을 벗겨내는 눌어붙은 기억들! 다시 찾은 빗방울 소리에 귀밑머리 가리며, 한없이 울먹인 … Read more

수컷들의 살림살이 정종명

수컷들의 살림살이 정종명 수컷들의 살림살이 정종명 수컷들의 살림살이 무사처럼 거칠고 둔탁한 돌 같고 외세의 침입에 종족 보호를 위해 아늑한 명당에 초가삼간 짓고 포근한 휴식 공간 다듬어 가족의 안위를 지키는 호위무사 갖은 애교와 구애로 식구들과 이세를 키우는 사랑의 파수꾼 가시고기처럼 자신을 희생 종족 번성을 이어가는 아름다운 책무 억겁 전해온 숨은 내력을 온전히 이어주는 영광스러운 삶.

삶의 여정 김화숙

삶의 여정 김화숙 삶의 여정 김화숙 점심 무렵부터 깔깔대며 떨던 수다 저녁 무렵 되어 떠난 자리 못 다한 말들이 마음 한 귀퉁이 여운으로 남는다 낭창하며 담대했던 추억의 보따리를 풀어놓고 뒤적이며 까르르 웃음 뒤 코끝이 찡해오는 눈물 때묻지 않은 심성이 예나 지금이나 엔드로핀 여전하다 추억 더듬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청춘의 유람선이 흐르는 강 추억을 되새기는 삶의 … Read more

더불어 빛납니다 나영민

더불어 빛납니다 나영민 더불어 빛납니다 나영민 작은 꽃송이가 모여 촘촘히 뭉쳤습니다 때론 혼자로써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지요 그럴 때는 더불어 해 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