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주선옥

눈길 주선옥 눈길 주선옥 온통 하얗게 펼쳐진 알 수 없는 무심(無心)의 땅 누구나 첫걸음으로 걸어가면 길이 되는거지 그러나 함부로 가지 마라. 그 길이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길이 될 수도 있으니 바르게 내는 길 낭떠러지로 가는 길 혹 내가 첫걸음 아닌지 수시로 돌아볼 일이다.

참외의 꿈 김정호

참외의 꿈 김정호 참외의 꿈 김정호 새벽 4시 달동네 노란 옷 입은 주민을 만나면 좁은 구석방에 20여 명이 모여 토론한다. 나는 아르바이트 학생한테 갈 거야 아니 나는 평상에서 편히 쉴 수 있는 아주머니한테 갈 거야 수다를 떠는 노란 옷 입은 주민은 학비을 지원하는 사장님이다 정성껏 손수레 태워 남영역까지 퍼레이드하면 역전에는 서커스 단원들이 있나 보다 깜짝할 … Read more

언어의 반란 김해정

언어의 반란 김해정 언어의 반란 김해정 감성과 이성 사이 좌뇌와 우뇌의 연결고리에서 때론 딜레마 같은 한음 한음의 소리와 색깔을 가지고 텅 빈 가슴속 눈꽃이 날리고 잠든 머리에 캄캄한 바람도 스친다 얼큰하고 매콤한 달짝지근하고 달콤한 빈틈으로 메워지는 시위들이 눈을 감고 그려나가는 세상의 무게 두 갈래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어두움의 제왕 정복자

어두움의 제왕 정복자 어두움의 제왕 정복자 벌건 대낮에 먹물 뒤집어 쓴 것처럼 깜깜절벽 상황 눈을 감아도 또렷한 것들이 크게 눈을 떠도 안 보인다 이럴 땐 누가 시켰는지 감각 촉각 대립각에 예지력 이 눈을 뜬다 그리고 보도 듣지 못한 언어 가 막 튀어나온다 어떤 근건지는 알 수 없지만 누가 급하게 명령하는 것처럼 감각 기관이 즉시로 순종하고 … Read more

입춘 박명숙

입춘 박명숙 입춘 박명숙 얼었던 땅이 꼬물꼬물 흙냄새를 풍기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음장 밑으로 물 흐르는 소리에 겨울 뒤에 숨어있던 봄이 버들강아지 흔들어 깨우고 겨울은 슬그머니 시린 가슴 내어 주고 하품하는 봄의 입덧을 달랜다.

비움의 미학 정복자

비움의 미학 정복자 비움의 미학 정복자 세상에는 소리가 있다 분명한 소리 분명치 않은 소리 미세한 소리, 모든 소리가 세상 속에 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소리 마음속에 느껴지는 소리 빛으로 높고 낮음의 소리 켜서 들을 수 있는 소리 사람들 위해 만들어지고 사람들 의해 제한되지만 함께 어울리며 사는 세상 우리 세상에 풍경화이다.

기다림과 그리움 이찬원

기다림과 그리움 이찬원 기다림과 그리움 이찬원 못 잊어 못 잊어서 보고파 보고파서 눈물로 목이 메입니다 그대는 가슴치는 그리움을 아깝디 아까운 청춘입니다 꽃망울 만개하는 화사함을 기다리는 그리움입니다 꽃처럼 아름다운 참 그대는 빛나는 여정의 목마름입니다

관심 안귀숙

관심 안귀숙 관심 안귀숙 관심이란 곧 나 아닌 타인에게 마음 한자리 내어주는 일이다 내 시간을 내 삶을 조금 나눠 주는 일 일 것이다 내 마음의 한자리를 내주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것조차 할 수 없다면 참 사랑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 관심은 사랑의 첫 단계이자 완성인지도…

푸른 밤 김화숙

푸른 밤 김화숙 푸른 밤 김화숙 하루를 엮은 발을 창가에 걸어두고 삶을 보듬던 태양도 잠시 떠난 저물녘 천상의 선녀가 밤빛을 빼곡히 뿌리면 헐거워진 마음도 스르르 빠져든다 키다리 가로등 세월을 낚는데 수평선 동이 트는 바다의 알람 소리 철석.

기상이변 겨울비 정종명

기상이변 겨울비 정종명 기상이변 겨울비 정종명 지난밤부터 추적거리던 겨울비 날이 밝아오자 기습 도발처럼 억수같이 퍼붓는 철없이 비 내린다 장마철에나 내릴듯한 폭우가 성난 투우처럼 미처 날 띠며 건기 바짝 말라있던 작은 개울 흙탕물 소용돌이에 아우성치고 내 생 머리털 나고 이 계절 일찍 듣도 보도 못한 광경에 가슴이 서늘 한여름 보다 더 습한 공기가 대지를 덮어 겨울철을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