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의 별 나동수

들녘의 별 나동수 들녘의 별 나동수 온몸을 칭칭 감고 철천지 원수인양 서로를 경계하며 두 눈만 반짝인다. 기다린 봄이 와도 희뿌연 세상에 역병마저 창궐하니 겨울만 못하구나. 바람막이 없는 들판 바람 더 세다지만 이놈의 역병마저 들풀을 더 몰아치니 한겨울 찬바람에 부르튼 가슴 미처 추스를 새도 없이 갈가리 찢어 놓는구나. 들녘에 더 환하게 비치는 아! 별이여! 희망이여!

가시내와 머스마 맹태영

가시내와 머스마 맹태영 가시내와 머스마 맹태영 싱싱한 꽃대처럼 파릇하고 꼿꼿했던 가시내 목은 스물하나 그 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슴의 눈과 야생마 갈퀴를 훔쳐 쓴 가시내 스치는 바람마저도 상처를 만드는 가시의 몸은 스물셋 푸석푸석한 말투와 어울리지 않는 고양이의 눈과 막 자란 풀을 훔쳐 쓴 머스마 둘은 결코 사랑할 수 없는 나이였다 마흔넷 가시가 목에 걸려 생겨난 … Read more

잃어버린 이름 안광수

잃어버린 이름 안광수 잃어버린 이름 안광수 활짝 핀 봄의 소리 뜨거운 열정 어디 가고 쭉정이만 남아 동지섣달 흔적 없이 사라진 이름 목에 걸린 목걸이 추풍낙엽이 되어 어디로 사라지고 한 해 두 해 흘러가도 남은 것은 건망증 무심한 낙엽 가는 길 잃고 세월의 소리만 남아있네

맞짱 뜨며 사는 거다 박성환

맞짱 뜨며 사는 거다 박성환 맞짱 뜨며 사는 거다 박성환 소주,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고 한잔 두 잔 석 잔…, 맞짱 뜨며 마시듯이 우리네 삶도 마주하는 시간에 맞짱 뜨며 사는 거다 소주를 마시는 동안 내가 질 줄 모르듯이 이내 질 줄 모르듯이 오늘의 시간에 내일의 시간에 겁 없는 몸태질로 달려들어 사는 거다 소주에 무릎 … Read more

알쏭달쏭 우리말

알쏭달쏭 우리말 알쏭달쏭 우리말 “ 판대기와 판때기 어떤 것이 맞는 말? “, 1. 그가 판대기를 모두 격파했다. 2. 그가 판때기를 모두 격파했다. 정답 : 그가 판때기를 모두 격파했다. “ 한글맞춤법 규정에 따라 접미사 -때기는 소리 나는 대로 적기 때문에 판때기가 맞는 표현입니다. ‘판때기’는 ‘널빤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무슨 장사를 하는 집인지 검정 칠을 한 판때기에 … Read more

공개구혼 김지희

공개구혼 김지희 공개구혼 김지희 립스틱 곱게 바른 너의 매혹적인 입술 누구의 사랑 기다리길래 곱게 연지 곤지 찍고서 높은 곳을 향하여 고개 내밀고 있을까 사랑스러운 너의 자태에 나 사랑에 빠졌네!

봄꽃 여행 이진섭

봄꽃 여행 이진섭 봄꽃 여행 이진섭 더욱더 내디딤에 가까워지고 싶었습니다. 식어가는 가슴을 꼭 부여잡고 난생처음 푸른 하늘 머금으며 새 세상 밖으로 갓 태어났습니다. 소리 없이 내려앉은 봄볕 위에 하얀 배냇저고리 추슬러 입고서 아이야~ 여기저기 울음소리 울리며 팔부 능선 자락 휘젓고 뛰어노니는 네게, 눈물겹게 마셔보라 했습니다. 꿈틀꿈틀 아기손 숨죽이며 맛깔스럽게 한 모금 넘겨 구부린 이파리 끝을 … Read more

가랑비 나동수

가랑비 나동수 가랑비 나동수 당신은 제가 보고 싶어 오신 것이 아니었나요? 당신은 간다는 말도 없이 어찌 그리 훌쩍 가셨나요. 온다는 말도 없이 오셨기에 마중도 가지 못했는데 꿈인 양 그대가 어루만진 자리가 느낌마저 희미해져 갑니다. 언제나 그대가 다시 저를 찾아 제 가슴을 흠뻑 적셔줄까요.

명자꽃 산당화 김해정

명자꽃 산당화 김해정 명자꽃 산당화 김해정 아부지아부지 내 이름이 왜 이리 촌스러워 누가 물어보면 얼굴이 붉어져 고개를 들 수 없당께요 미모에 화들짝 놀랬다가도 명찰을 보고 웃음보를 터트리니 너나없이 피어나는 꽃들 앞에 꾹꾹 누르는 자존감은 어쩌란 말이오 재스민, 프리지어, 팬지, 히야시스 우아하고 아름다운 이름도 많은데 왜 하필 수많은 이름 중에 명자라니 평생을 트라우마에 움츠려야 하나요 겸손과 … Read more

소래습지 낭만을 노래한다 김수용

소래습지 낭만을 노래한다 김수용 소래습지 낭만을 노래한다 김수용 소염교 지나서 소래습지 가는 길 길게 뻗은 갯벌 따라 짝 잃은 도요새 한 마리 물가에서 울고 있고 고즈넉한 갈대숲 속엔 적막감만 흐르는데 멈춰버린 배, 텅 빈 바닷가 묻혀버린 고독에 바람마저 삼켜버린 풍차 떠나간 파도 기다리는 해당화 꽃 향기 가득하니 석양에 붉게 물든 소래습지, 낭만을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