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꽃잎 김수용

방황하는 꽃잎 김수용 방황하는 꽃잎 김수용 툭툭 자리 털던 봄바람 괜한 심술에 가지를 흔들어 놓으니 마지막 남은 꽃잎의 눈물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이별의 아픔이 쌓여 방황하는 꽃잎 가야 할 길 잊었다며 그렁그렁 눈가에 눈물 가득 맺히더니 어깨만 들썩이다가 그림자 숨기우고 저 멀리 석양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애모 이경성

애모 이경성 애모 이경성 그리워 그립다 하면 다가오고 보고파 보고파 하면 옆자리에 머물 줄 알았지요. 그립고 보고파서 당신을 간절히 부르나니 이제는 혜윰없이 눈물만 흐르고 가늘게 피어올라 연기 되어 퍼지는 향조차도 그냥 눈물입니다. 전하고 싶은 말 맘 속으로만 되뇌이다가 차마 전하지 못하고 엎드린 채로 잘 계시지요 그립고 보고파서 이렇게 또 안부만 전합니다.

우화 이태기

우화 이태기 우화 이태기 그 나무는 여러 해만에 첫 꽃이 하얗게 피었다 꽃은 사랑의 서약 써놓고 노랑벌을 불렀지만 초례청 예법 모르는 철부지 벌은 밀어는 읽어주지 않고 빙빙 노닥거리기만 했다 꽃은 밤낮 순백의 향내 뿜으며 우주에 한번 랑데부를 원했지만 화심(花心)을 맡을 줄 모르는 벌은 원죄의 비늘에 씌어 순결의 언어에 접근하지 못하고 꽃잎 흔들며 미끄럼만 계속 탔다 … Read more

처마 끝에 이는 바람 이윤선

처마 끝에 이는 바람 이윤선 처마 끝에 이는 바람 이윤선 깜박 잊었습니다 처마에 달린 바람이 떠나지 못하고 비에 젖어 툇마루를 적시는 오월 팔일 잊었습니다 돌담 아래 머물다 마당을 돌고 어린 창을 살며시 두드리던 목소리 얘야 일어나라 까치가 날개를 펴는 아침이면 따사로운 햇살을 묻히며 들리던 아버지 목소리 잊었습니다 처마 끝에 빗 망울에 뭉쳐 떨어지는 자애로운 아버지 … Read more

맑은 공기 김미경

맑은 공기 김미경 맑은 공기 김미경 공기가 무게가 없더라 무로 시작한 무향기로 다가온다 공기의 공기는 가볍게 속속들이 내 머릿속을 내 몸을 파고드는지 뼈마디까지 튼튼하게 만드는 선바위 맑은 공기 사랑스러운 공기는 새벽잠을 깨워 글을 쓰게 만드는 황토 향기다 난 참 행복하구나 시골스러운 사람이야 자연의 소리 가벼운 삶을 맑게 느끼며 살려 하는지 신선한 자연의 품속은 마음이 젊은 … Read more

연두의 편지 박경수

연두의 편지 박경수 연두의 편지 박경수 겨울강을 건넌 바람이 연두 새잎을 물고 산을 내려와 들판에서 휘파람을 부네요 당신 얼마나 기다렸는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수만 번 물레질로 바늘 자국 새기면서도 당신을 만날 거라는 설렘 하나로 이제야 연초록 옷 한 벌 마련했네요 언제 시간이 이렇게 갔는지 머리엔 박꽃이 피고 순수했던 마음은 어디로 가고 한 술의 밥을 위해 … Read more

바보 같아 보인다 해도

바보 같아 보인다 해도 바보 같아 보인다 해도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을 수 있기를 원해. 사랑과 영원과 내일이 수백 번 나를 배신한다고 해도 다시 한번 그들을 향해 손을 뻗을 수 있기를 원해. 빛나는 나의 마음이 , 빛나는 그대의 마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라는 것을 알게 되길 원해. 내가 원하는 것을 … Read more

꽃피던 시절 이둘임

꽃피던 시절 이둘임 꽃피던 시절 이둘임 자신만만했던 내 삶의 가파른 시간에도 마음 밭 일구며 꽃불 피웠지 목련만큼 환하게 복사꽃처럼 붉게 순수하게 피었던 것들 굳은 의지 하늘로 치솟고 날아보려 비상 꿈꾸었는데 어느새 날개 잃은 새 정열은 날다가 녹아 흔적 없이 사라져 갔지만 빛바랜 추억 가슴에 묻었네 한번 지고 나면 필 수 없는 얄궂은 사람 꽃 꽃피던 … Read more

커피 속에 숨겨진 사연 안광수

커피 속에 숨겨진 사연 안광수 커피 속에 숨겨진 사연 안광수 생명처럼 달콤한 맛을 마시고 싶어 미치겠어요 온몸에서 느껴지는 황홀감에 빠져버린 중독에 벗어나지 못하고 지금도 세상에서 헤매고 있어요 어찌 이렇게 되었는가 나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 여기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토록 마시고 싶은 애절한 마음을 그대와 함께 마시고 싶어요

꽃그늘 아래서 박명숙

꽃그늘 아래서 박명숙 꽃그늘 아래서 박명숙 내 마음은 천근만근인데 너만 보면 가벼워진다 날아라 마음아 바람 따라 날아라 기억의 편린들이 향기를 일으키며 가슴에 두근두근 꽃이 핀다 추억이 꼬리를 물고 따라온다 오늘은 혼자지만 내일은 둘이 되어 너의 향기로 물들겠지 나른한 오후 시간 꽃그늘 아래서 너의 안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