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별 딸기 이진섭

사랑 이별 딸기 이진섭 사랑 이별 딸기 이진섭 두툼한 입술꽃이 빨갛게 물들었다 앙큼 깨물린 그녀의 입술은 더욱 그러했기에 톡 터지는 달콤함에 반하여 미련 따윈 버려둔 채 계절을 잊고 그녀마저 잊어야 했다. 훨훨 꽃바람 날리는 유월의 기나긴 기다림은 입속을 맴돌아도, 속삭여주듯 달래 보는 이별의 아픔까지 낙엽 지나 겨울나기 건너면 불그스레 그 얼굴 다시 볼 수 있겠지.

우리 집 파수꾼 안광수

우리 집 파수꾼 안광수 우리 집 파수꾼 안광수 시도 때도 없이 사라지는 도난 불안해도 견딜 수 없어요 딸내미 아이디어 꽃을 심자고 일 년 내내 예쁜 꽃과 향기로 우리 집 파수꾼 이젠 없어졌어요

때론 아픔도 악보가 되는 것 최정민

때론 아픔도 악보가 되는 것 최정민 때론 아픔도 악보가 되는 것 최정민 아픈 살갗이 세월에 뜯어진다 낯선 건반이 나지막이 허물어지는 시간 초점 잃은 피아노 소리가 블랙홀 속으로 사라진다 흰 선율의 고뇌 삶에 찢긴 통증은 검붉게 촘촘히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덧난 조율 극한의 소리마저 목울대를 넘지 못한 채 간절한 애써, 다독다독 제 가슴 끓어오르는 열정, 감내하는 … Read more

가을맞이 정선호

가을맞이 정선호 가을맞이 정선호 가을이 온다기에 기쁨 마음으로 한 잔의 술을 채우며 느긋하게 기다리겠습니다 예전에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상기하며 황홀한 기억들로 낙엽을 바라봅니다 가을 따라 님이 온다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등불을 환하게 밝히고 기다리겠습니다 첫사랑의 통증을 씻어 줄 비가 내리고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면 빈 가슴으로 잊으려 기다립니다 이 가을이 흩어져 재가 되기 전에 말없이 홀로 … Read more

스산한 가을바람 나영민

스산한 가을바람 나영민 스산한 가을바람 나영민 찻장에 스치는 풍경 사계절이 올망졸망 꽃길을 만들어 놓는 아름다움 홍수와 불과 지진과 이념전쟁 생사의 갈림길에 어지러운 불안을 잠시 내려놓는 사색의 길 하늘 높고 들녘은 풍년의 황금물결 아이러니한 치솟는 물가로 생업에는 고달픔이 어깨를 누른다 가만히 있어도 하루가 버거운 생활 지구의 사는 인간의 욕심으로 점점 어두운 그림자 끼는 불안 정국

멈춰진 시간 이옥란

멈춰진 시간 이옥란 멈춰진 시간 이옥란 수로(水路)를 따라 이어지는 *천년의 마을 방생할 물고기를 풀어놓으니 꼬리를 툭치며 강이 얼마나 포근한지 입 맞추며 자맥질한다 작은 나룻배는 낮은 데로 흘러서 그리운 곳으로 오래전 사랑했던 이에게 비릿하고 어설픈 고백을 한다 *수향마을(항저우에 있는 물의도시 동양의 베니스라 불린다)

다시 시작 해도 괜찮아 김경림

다시 시작 해도 괜찮아 김경림 다시 시작 해도 괜찮아 김경림 보름달 아름답게 떠오르면 엽서에 달을 그리고 가을비가 내리면 우비를 입지 않아도 풍경이 좋은 저수지 앞 카페 바람에 머리칼 날려 헝클어진 모습도 괜찮아 은행잎이 떨어지고 국화 향이 진동하면 향수에 젖어 풍성한 열매 수확한 날 감나무가지 뚝 떨어졌어 어쩌지 함께 하고 싶은 많은 일 한순간 사라져도 꿈에서 … Read more

가을인가 봅니다 맹태영

가을인가 봅니다 맹태영 가을인가 봅니다 맹태영 가을인가 봅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허허벌판에 선 코스모스를 흔들며 저물녘 익지도 않은 단풍을 깨우는데 가을인가 봅니다 열어 놓은 차창 안으로 들어온 누르스름한 은행잎 한 장이 라디오를 켜고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들려주고 가을인가 봅니다 음악은 음침한 가을 속으로 파고드는데 설탕이 듬뿍 들어간 커피 향기가 연인의 품속처럼 파고드는 가을인가 봅니다 구석으로 … Read more

안녕 최은주

안녕 최은주 안녕 최은주 하루의 고단함이 밤새 내린 비 덕분인지 내 마음은 물 향기 가득한 호수 같아 자잘한 바람이 불어서인지 잔잔한 물결이 하냥 부드러워 너를 본 것처럼 내 기분도 활짝 꽃폈거든 잘 지내냐는 안부 적힌 편지 한 통 보낸다는 게 무지 설래 팔짝팔짝 뛰는 네 모습이 그려져 그런가봐 요즘 사는 건 좀 어떠니? 예전과 다름없이 … Read more

그대의 그림 한 점 안광수

그대의 그림 한 점 안광수 그대의 그림 한 점 안광수 살며시 눈을 감으며 바람 한 점 잡으며 넓은 도화지에 스쳐 가는 그대 마음을 담습니다 산등성이에 앉아 그대의 미소 닮은 구름 꽉 찬 도화지에 빗자루를 건네며 쓸어주신 그대 세상에서 제일 이쁜 미소 한 줌 닮아 퍼져가는 마음은 살아있는 그림을 그대에게 드리고 싶은 날 찾아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