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월동 우체국에서 김경림

낭월동 우체국에서 김경림 낭월동 우체국에서 김경림 우체국에 가면 농사지은 쌀 참깨로 짠 어머니의 참기름 냄새가 난 다 마스크를 외국으로 보내는 아저씨 딸은 행복할 것이고 주렁주렁 열린 감을 연시로 만들고 곶감으로 빚어서 어머니께 보내는 투박한 손도 정겹고 책을 뽁뽁이로 예쁘게 포장해 택배 보내는 사람의 뒷모습이 빛난 다 갈 바랑이 가랑가랑 불어오면 보랏빛 스카프를 하고 우체국에 가서 … Read more

낮달 김수용

낮달 김수용 낮달 김수용 그대가 떠나고 난 뒤 홀로 지새운 밤이 기나긴 세월처럼 느껴지기에 깊고 깊은 고독만이 남았습니다. 당신이 있는 그곳에도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겠지요 늦가을 향기에 취해 붉은 노을 바라보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저 멀리 어둠 속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작은 별을 볼 때면 더욱 당신이 그립습니다. 너무도 가슴이 시리고 아파서 오늘도 습관처럼 당신을 회상합니다 텅 … Read more

빈 계절 김화숙

빈 계절 김화숙 빈 계절 김화숙 바람이 휘감고 간 낯선 빈 계절 눈먼 가로등 바람에 떨고 추억 아련히 서성인다 날개를 접은 외로운 새 한 마리 오늘은 어느 가지에서 사랑 노래 부르려나 저토록 시린 계절에 찬바람 등에 지고 긴 시간 걸어온 길 심신이 저리다 돌아보면 아득한 가슴 저린 세월 겨울 품은 들길엔 마른 억새가 눕고 찬서리 … Read more

차 한잔에 꽃을 피우다 김해정

차 한잔에 꽃을 피우다 김해정 차 한잔에 꽃을 피우다 김해정 한가로운 고요함에 따뜻한 햇볕이 다가와 슬며시 그리움을 부른다 창가에 매달은 추억 한 조각 짓무른 마음으로 세월의 흐름에 엷어진 향기 맑은 바람 타고 찰랑대니 회한으로 눈에 아롱지며 파르르 떨리는 사색의 유혹 추운 겨울날에 따뜻하게 데워가는 우리들의 풍요로운 숨결 가슴 따라 나눔의 꽃 피우니 갇혀있는 일상의 기쁨 … Read more

이별학개론 이태기

이별학개론 이태기 이별학개론 이태기 힘껏 버티던 내 心原의 탑은 그날의 지진으로 균열이 갔다 밤마다 횡격막 들썩거려 여진이 계속 되었다 그리고 생각의 구름이 회오리 치면서 슬픈 계절풍을 불러 연약지반의 가슴으로 비가 내렸다 피우고 놀던 모닥불 장작더미가 먼저 떠내려갔다 장대비는 노아홍수처럼 그칠 줄 모르고 매일 탑신을 씻고 깎았다 허물어진 잔해와 지난 세월이 같이 떠내려가고 하릴없는 기억들이 출렁이며 … Read more

편한 사이 김점예

편한 사이 김점예 편한 사이 김점예 마음 맞는 사람과 가는 삶은 행복입니다 함께 세월을 손잡으니 추억이 쌓이고 두터워진 마음은 이해가 앞서 걸어갑니다 어느 때나 반길 수 있어 기쁨이고 주고받는 마음 사랑이 있기에 마주하며 속을 내어줍니다 늦은 밤 허공 속 외롭다가도 가만히 들어오는 온기에 보고 싶어 그려지는 얼굴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보석처럼 환하게 비추는 사람이 있다는 … Read more

우체통 김순옥

우체통 김순옥 우체통 김순옥 그의 심장이 나의 심장이 멀리 있어도 같이 떨린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에 대해 경이의 첫발을 내디뎠던 그와 나 몰입의 대 서사가 미완성 검인으로 부유한 빛바랜 우체통 사그라져간 빨간 잉걸불

이별학각론 이태기

이별학각론 이태기 이별학각론 이태기 우리 이쯤에서 헤어지기로 해요 내가 당신을 모르고 당신이 날 모를 때 늦가을 흩날리고 우정이 흩날릴 때 가슴에 철모르고 익은 열매가 낙과하기 전 그리워하기 알맞고 돌아서기 알맞은 거리일 때 그대에게 아직 보랏빛 베일이 남았고 내 상처 위에 얇은 옷만 남았을 때 산사의 바람 그대 손목을 휘감고 교회 종탑 그만 그만 울릴 때 … Read more

내 맘속에 겨울 김수용

내 맘속에 겨울 김수용 내 맘속에 겨울 김수용 안개가 자욱한 거리에 가로등이 외롭게 울고 있다 마른나무 가지에 힘없이 너울대던 작은 나뭇잎 하나 떠도는 바람에 생을 마감한다 지난가을 화사했던 너의 모습은 홀연히 사라져 버리고 텅 빈 거리에는 고독만이 서성거린다 오늘처럼 가랑비 내리는 밤이면 살포시 다가서는 서글픈 당신의 젖은 그림자 가슴이 너무 아프다 또다시 내 맘속에 시린 … Read more

씨앗 정외숙

씨앗 정외숙 씨앗 정외숙 처음에는 빨간 꽃을 피우려고 빨간 꽃의 씨앗을 뿌렸어요 마음이 변하여 하얀 꽃이 보고 싶어 하얀 꽃의 씨앗을 심었어요 빨간 꽃으로 하얀 꽃으로 뿌렸던 대로 피어났어요 아무것도 뿌리지 않았다면 그 꽃들은 내 곁에 오지 않았겠지요 오늘은 어떤 꽃의 씨앗을 뿌릴까? ♨ 소식받기 ▷ Artis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