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조은영

가을 조은영 가을 조은영 비요일에 만나요. 속닥속닥 그대들의 가을 이야기를 들을게요. 하늘이 수채화 그리는 날 그리움 촉촉한 추억 만들며 가을은 깊어만 가네요 갈바람 사그락사그락 먼 길 떠난다고 손 흔들어요 비요일에 만나요 그대 뒷모습 수채화로 기억할게요.

그 길에 서면 김화숙

그 길에 서면 김화숙 그 길에 서면 김화숙 산바람 휘감겨 오는 곳 그 길에 서면 그대가 보인다 환하게 웃고 있네 그리움의 인연 아픔일지라도 그 길을 걸으면 그대의 목소리 다정하네 쓸쓸한 삶의 여정 길 지금도 내 가슴 뛰게 하는 그대라서 참 행복했었지 지나간 날을 회상하며 그리움의 마음 가슴속 그려 보는 수채화 이어라

인생 영화 나동수

인생 영화 나동수 인생 영화 나동수 두 개의 렌즈로 한 컷 한 컷 삶을 찍어 제작되는 한 편의 장편 영화. 자신의 영화에선 너나없이 주인공, 조연, 엑스트라와 함께 부대끼며 시나리오를 채워간다. 영상을 되돌려보는 제작 종반부. 주인공이 흔들리면 영상이 흐릿하고 주인공이 견실하면 영상이 맑고 깨끗하다. 영사기가 낡아 희미해질지언정 인생 영화는 편집 과정이 없다.

쐐기 이태기

쐐기 이태기 쐐기 이태기 어느날 명치 밑에 작은 쐐기가 날아와 박혔어요 쐐기는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자꾸 갈비뼈를 벌립니다 심장도 한쪽으로 밀려나고 생각도 추억도 느낌도 하나씩 잠식되더니 가슴이 허공이 되었어요 이제 나는 아무것도 모르게 되었습니다 아는 것은 터질 듯하다는것 터질듯, 그러나 뿌듯하다는 것 이것이 처음엔 작은 쐐기였다는 것 쐐기를 빼낼 수 없다는 것 쐐기를 빼내기 싫다는 … Read more

장미 겨울에 피다 이태기

장미 겨울에 피다 이태기 장미 겨울에 피다 이태기 내 오늘 계절의 변방에 차운 서슬 뚫고 한 송이 핀 것은 투기나 분노가 아닙니다 벌 나비도 없으니 나라의 후사를 위함도 아닙니다 헤픈 그대들의 행위가 기억난 것입니다 회개하고 이 겨울 백설에 마음을 씻어야 합니다 신의 창작으로 완성된 꽃들이여 은총을 망각하지 말고 각자의 향기로 소명에 충실하세요 내 오늘 신께 … Read more

제라늄 박명숙

제라늄 박명숙 제라늄 박명숙 잊을 만하면 다시 피어 나를 반긴다 솜털 보송보송 감싸고 빼꼼히 내미는 고운 속내 시도 때도 없이 불쑥 붉은 응어리를 펼치며 웃는다 오랫동안 볼 수 있는 너라서 순간순간 찾아오는 봄이라서 네가 피면 금세 마음이 환해지고 계절 지나도 떠나지 않은 봄 춥고 매서운 겨울도 따뜻하다.

나무처럼 이윤선

나무처럼 이윤선 나무처럼 이윤선 이 가을에는 나무처럼 사랑해야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가슴으로 사랑해야지 나무처럼 다 주며 사랑해야지 늦었다는 말도 너무한다는 말도 왜 그러느냐는 말도 바람에 다 주고 나무처럼 온몸으로 사랑해야지 후회하지 않게 이 가을에

동백꽃 이형곤

동백꽃 이형곤 동백꽃 이형곤 꽃씨를 줍던 아낙은 춘백이 한창일 때 지병으로 숨졌다 한달음에 내달리던 언덕배기가 저토록 가팔랐던가 상두꾼 만가 소리가 끊어질 듯 힘겹게 이어간다 지천에 동백이오 눈에 띄는 게 봉분이라 꽃도 사람도 죽어서도 정든 섬을 끌어안고 있구나 동백 섬 동백 숲에 꽃이 진다 다비식 불덩이마냥 뚝뚝 떨어진다 나뒹구는 꽃이나 매달린 꽃이나 하나같이 빨갛게 멍들었구나 애먼 … Read more

철 만난 은목서꽃 정종명

철 만난 은목서꽃 정종명 철 만난 은목서꽃 정종명 꽃 피는 춘삼월엔 시침 떼고 시린 냉기에 적막이 깊은 계절 보릿고개 쌀밥처럼 반가운 볼품없이 작지만, 으뜸인 향기 추풍낙엽 지는 쉼의 시간 때 이른 눈꽃 그리워 톡톡 터뜨린 뽀얀 꽃송이 작다고 무시할 수 없는 병아리 같은 입술에서 뿜어내는 만 리를 덮고도 남을 향기 따스한 손길이 아쉬울 때 숭어리로 … Read more

앙상한 나뭇가지 나영민

앙상한 나뭇가지 나영민 앙상한 나뭇가지 나영민 바람 잘 날 없었던 나무는 이젠 긴 휴식으로 겨우내 버틸 강한 의지를 굳히지만 쇠한 기력으로 올해도 겨우 버텼을 고목 구순 할아버지의 삶을 공유해 본다 나무 둥치 옆에 비스듬히 기댄 유모차 허리 굽힌 몇 걸음을 동행한 하루 햇살 좋은 날 평상에 걸터앉아 길 건너 오가는 인적에 눈동자만 따를 뿐 봄여름 … Read more